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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 1 post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中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中    김애란


   그녀는 불면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성격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지적인 동시에 겸손하며, 사려 깊은 동시에 냉철하고, 일도 잘하지만 옷도 잘 입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냉철하지도, 지적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항상 거절을 두려워하며 오해에 쩔쩔맸다. 그녀는 누군가 화가 나 있으면 ‘혹시 나 때문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도 어느새 그 사람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혹은 요구하지도 않은 해명을 하고 다니며 자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 앞에서 ‘그게 아니고…’라며 더 많은 말들을 펼쳐놔야 했다.

 

   그러나 그녀를 괴롭게 하는 것은 그런 자신의 약점을 누군가 알아차렸으며, 속으로 경멸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바꿔보려 했다. 그녀는 변명만 하고 사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오해를 견디고 사는 일이란 얼마나 더 외로워야만 가능한 것인지. 그녀는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뭔가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마다 곤욕을 치르곤 했다. 누군가와 통화할 때, 그녀는 저쪽의 숨소리, 머뭇거림, 말투와 어조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녀는 ‘이 사람이 지금 정말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인지, 미안해서인지, 내가 만나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인지, 진짜로 그렇게 하자고는 못하겠지 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것인지, 예의상 그렇게 하는 것인지’ 고민한다. 그녀는 ‘그쪽이 편한 곳에서’나 ‘그쪽 편한 시간에’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배려하고 있지만 자신이 배려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녀는 해야만 했던 말들은 잘 못하면서, 하지 않아도 좋을 말들은 잘한다.

   만약 누군가와 밤새 술을 마셨을 경우, 그녀는 먼저 일어나겠다는 말을 못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그만 일어나자고 할 경우, 그녀는 속으로 ‘이 사람 여지껏 지겨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자신이 한없이 눈치 없는 인간처럼 생각되고, 그러면 예의 바른 인간이라도 되어보자 싶은 마음에 ‘제가 괜히 오래 붙잡아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녀는 결정하거나 선택하는 일만큼 거절하는 일도 능숙하지 못하다. 그녀는 자신을 말똥말똥 쳐다보는 사람 앞에서 끊임없이 ‘안 된다고 해. 싫다고 해’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번번이 ‘네’라든가 ‘제가 할게요’라고 말해버린다. 가끔 용기를 내어 거절했을 경우에도 ‘그 사람 상처받았으면 어쩌지?’ ‘나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하느라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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