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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 1 post

Everybody Shall We Love?

Everybody Shall We Love?    김선우


그러니 우리, 사랑할래요?


딱딱한 도시의 등딱지를 열고 
게장 속을 비비듯 
부패와 발효가 이곳에선 구분되지 않아요 
그러니 잘 발효했다고 믿는 몸속에서 비벼진 밥알을 
서로의 입에 떠 넣어주듯 
그대를 밥 먹이는 게 내 피의 이야기인 듯


보도블록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꽃잎을 놓은 댓잎 자리 위에 누워 
우리 사랑할래요
지나 온 가로수의 허방으로 미끄러져간 계곡과 별빛 
기어코 가시에 찔리죠 가시에 찔리고 싶어 걷는 봄날엔 
그러니 총 대신! 빌딩 대신! 군함 대신! 지폐 대신! 
건널목을 둥글게 휘어놓고 
꽃잎 물고기와 사슴을 불러 해금을 켤까요 
그대와 그대가 사랑을 나눌 때 
그대와 그대 곁에서 
그대들 위해 군함을 쪼개 모닥불을 지필까요 
무릎뼈 위에 먹을 갈아 
은행잎 댓잎 위에 번갈아 편지를 쓸까요 오세요 그대,


피 흘리는 벽들이 서로의 가슴을 칠 때 
진동으로 생겨난 샛강 같은 골목들 
그대와 나의 혈관을 이어 across the universe!
무수한 밤이 있었지만 
밤의 등골 속으로 흰 새가 내려앉는 건 드문 일이죠 
오세요, 그대가 천 번을 죽어나간다 해도
난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뼈마디마다 댓잎 이불 펼치고 그대 입술에 진홍꽃잎 수놓으며 
여기서 사랑노랠 부를 거예요 오래전 피 속의 벌 나비 같은 
그대와 나의 해골을 안고 뒹굴 거예요


포성 분분한 차디찬 
여기는 망가진 빗장뼈 위 백척간두의 칼 끝 
이것은 피의 이야기, 
사랑을 구하는 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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