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의 세계 김행숙
이곳에서 발이 녹는다
무릎이 없어지고, 나는 이곳에서 영원히 일어나고 싶지 않다
괜찮아요, 작은 목소리는 더 작은 목소리가 되어
우리는 함께 희미해진다
고마워요, 그 둥근 입술과 함께
작별인사를 위해 무늬를 만들었던 몇 가지의 손짓과
안녕, 하고 말하는 순간부터 투명해지는 한쪽 귀와
수평선처럼 누워 있는 세계에서
검은 돌고래가 솟구쳐오를 때
무릎이 반짝일 때
우리는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간다
상형문자 같은 김행숙
사람들은 목을 꺾어 인사하고, 팔을 꺾어 포옹하고, 불꽃을 쥔 손처럼 또 무엇을 꺾어서 사랑하는가.
내 꿈을 꺾어서 너의 가슴에 안길까. 너는 내 대신 꿈을 꾸고, 나는 텅 빈 잠을 자는 동안,
당신이 괴롭지 않다면 나는 무슨 의미가 있죠? ……칼자루를 쥐었는지……칼날을 쥐었는지…… 나는 혼동의 순간에 빛난다.
그것은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가 남겨진 석판 같은 것이다. 무엇이 너와 닮았는가. 너와 닮은 것을 찾지 못할 때,
무엇이 너와 닮지 않았는가. 너와 닮지 않은 것을 찾지 못할 때, 불꽃을 쥔 손으로 사라진 동물 같은 무엇을 모방하는가. 상상의 동물 같은 무엇을 꿈꾸는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잠시,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다음에 알아본 나는 누굴까. 그다음에 내가 알아본 너는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