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 5 post
- 여점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한 생애 2018.09.05
- 이바나 2018.09.05
- 차가운 별의 언덕 2018.09.05
- 철수 中 2018.09.05
- 작별 2018.09.05
여점원 아니디아의 짧고 고독한 생애 배수아
어느 날 아침 내가 네 곁에 보이지 않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내가 영원히 보이지 않으면 그건 내가 단지 보이지 않는 것 뿐이지 날 잃는 것은 아냐.
차가운 별의 언덕 배수아
내 존재의 모든 것, 부정하지 않는다. 아름답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변명도 후회도 없이 앞으로 간다. 그리운 것이 있어도 뒤돌아보지 않겠다.
철수 배수아
당신이 죽으면 나는 당신을 박제로 만들겠다. 그래서 내가 영원히 가지겠다. 아침의 빛과 한낮의 절망과 저녁의 광기 어린 평화를 당신과 함께 하겠다.
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벽을 쌓고 있기만 한다. 나는 아무렇게나 기분대로 이 세상을 사는 인종들이 언제나 싫었어. 나, 너에게 의무감을 가지려고 했다.
너는 이제 앞으로 백 년 동안 나를 잊겠지. 목소리를 이 집에 남겨줘. 백 년 뒤에 이 집을 찾아온 내가 문을 연 순간 박쥐떼들과 함께 너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게.
날 태워봐. 기름을 바르고 내 몸에 불 붙여봐. 마녀처럼 날 화형시켜봐. 쓰레기 봉지로 날 포장해서 소각로 속으로 집어던져봐. 나는 다이옥신이 되어 너의 폐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지금 너에게 느끼는 것도 증오인지, 가슴속 깊이 숨겨진 단조로운 애정인지, 아니면 지리멸렬할 뿐인 이 생을 견뎌나가기 위해 어떤 극적인 감정을 연극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은 가족이었고 낯선 중산층이었으며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변소였었고 타인이었고 벼랑이고 까마귀이고 감옥이었다. 그들은 영원히 그들에 지나지 않았다. 제 3의 불특정한 인칭들.
작별 주하림
나는 그것들과 작별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향해 가요
-배수아 「북쪽 거실」
혐오라는 말을 붙여줄까
늘 죽을 궁리만 하던 여름날
머리를 감겨주고 등 때도 밀어주며
장화를 신고 함께 걷던 애인조차 떠났을 때
나는 사라지기 위해 살았다
발 아픈 나의 애견이 피 묻은 붕대를 물어뜯으며 운다
그리고 몸의 상처를 확인하고 있는 내게 저벅저벅 다가와
간신히 쓰러지고는,
그런 이야기를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할 것만 같다
'세상의 어떤 발소리도 너는 닮지 못할 것이다'
네가 너는 아직도 어렵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나는 우리가 한 번이라도 어렵지 않은 적이 있냐고 되물었다
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
길고 어두운 복도
우리를 찢고 나온 슬픔 광대들이
난간에서 떨어지고, 떨어져 살점으로 흩어지는 동안
그러나 너는 이상하게
내가 손을 넣고 살며시 기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