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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屍口門밖 봄 - 1 post

시구문屍口門밖, 봄

시구문屍口門밖, 봄    안현미


 착란에 휩싸인 봄이 그리워요, 비애도 회한도 없는 얼굴로 당신들은 너무나 말짱하잖아요, 착란이 나를 엎질러요, 엎질러진 나는 반성할까 뻔뻔할까, 나의 죄는 가난도 가면도 아니에요, 파란 아침이고 시구문 밖으로 나가면 끝날 이 고통도 아직은 내 거예요 친절하지 않을래요 종합선물세트처럼 주어지는 생을 사는 건 당신들이지 나는 아니에요, 나는 착란의 운명을 타고난 빛나지 않는 별, 빛나는 별도 언젠가는 늙고 죽어요 우리 모두는 그런 운명을 갖고 태어나지만 영원을 살 것처럼 착란 속에서 살며 비애도 회한도 모르는 얼굴로 우리들은 너무나 말짱해요 착란에 휩싸인 봄이에요, 사랑받을 수 있다면 조국을 배신하겠어요, 친구도 부정할 거예요, 전 세계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죠, 에디트 피아프의 말이지만 그녀는 조국을 배신하지도 친구를 부정하지도 않았어요 같은 이유로 나는 착란에 휩싸여요 죽은 사람들만 불러모아 사망자 주식회사를 만들고 영원히 죽고 싶은 나는. 시구문 밖, 봄 활짝 핀 착란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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