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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 1 post

죄책감

죄책감    신기섭


느낌이 왔다 

등을 구부리고 앉아 떡을 먹는데 등에 담(痰)처럼 박힌 느낌, 

느낌을 보내려고 저 이화령(梨花嶺)의 병꽃나무를 바라보았으나 

거기 붉은색에 버무려져 뜨겁게 파닥대는 느낌, 추억처럼 

다시 돌아와 한 사람의 모습으로 커지는 느낌; 그는 

병든 사람이다 팔뚝의 주사자국들은 미친 별자리 같다 

등을 구부리고 한 그릇 국수를 말아먹는 그는 

지금 내 등에 박힌 느낌, 그는 이빨이 다 빠졌고 

안타깝게 면발을 놓치는 잇몸 사이로 하얀 혀가 

넌출같이 흐느끼는 소리 어두운 방에서 혼자 

그는 죽은 사람이다 더러운 요에 덮여, 지금 이 봄날 

담(痰)처럼 내 등에 박힌 몸, 점점 내 등은 구부러졌으나 

저기 병꽃나무의 붉은 품속에서 잠깐 잠깐씩 

하얗게 병꽃나무를 늙게 하는 봄볕같이 

나를 따뜻하게 늙게 하는 죽은 몸, 죽은 환한 몸, 

내 몸에 겹쳐졌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이 몸처럼 왔다 가는 것이었다 날마다 

그렇게 끈질기게 나를 찾아오는 몸이 있다 

이제야 그 몸을 사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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