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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 1 post

  • K 2018.09.22

K

K    유희경


창가에 서 있던 사람은 K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물러서거나 시선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창밖에는 바람이 앞에서 뒤로, 쓰러질 것처럼 불고 있었다.

 

쏟아지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던 나는 백발의 K가 부러웠던 것 같다. 나에게는 그 시간이 아득했기 때문이다. 지난 햇빛이 타오른다. 불 타버린 것은 두 번 다시 나타날 수 없다. 그래서 K의 회색 눈빛을 훔치고 싶어 했다고 치자. 나는 그때를 떠올릴 수 없고, 상상해내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건 창문 같은 것이고 잘 닦아놓은 하얀 창틀 같은 것이다.

 

그때는 갈색 종이봉투의 질감과 구겨지는 소리. 그 안에서 풍겨 나오던 싸구려 음식의 냄새. 나는 그 종이봉투를 들고. 가는 눈을 뜨고. 어둠이 짙어오고, 탄내가 날 것 같은 자정이. 호객꾼들 거리를 뒤덮고 간판들이 가장 환해지는 그때. K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게 나를 미치게 만든다.

 

K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고 그건 내가 K를 생각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반응의 바깥에 서 있는 것. 나를 데려간, 가장 가벼운 무게의, 자리. 그는 수천의 나비가 만들어낸 사람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날개다. 날개들 쌓여 달아오르는 열이다. K가 사라진 자리에 온도만 남아, 타오른다. 그때 불타버린 K는 다시, 그 자리에 설 수 없이. 흔들리는 K는 K가 아닌 바로 그 K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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