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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 1 post

철수 中

철수    배수아


당신이 죽으면 나는 당신을 박제로 만들겠다. 그래서 내가 영원히 가지겠다. 아침의 빛과 한낮의 절망과 저녁의 광기 어린 평화를 당신과 함께 하겠다.


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벽을 쌓고 있기만 한다. 나는 아무렇게나 기분대로 이 세상을 사는 인종들이 언제나 싫었어. 나, 너에게 의무감을 가지려고 했다.


너는 이제 앞으로 백 년 동안 나를 잊겠지. 목소리를 이 집에 남겨줘. 백 년 뒤에 이 집을 찾아온 내가 문을 연 순간 박쥐떼들과 함께 너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게.


날 태워봐. 기름을 바르고 내 몸에 불 붙여봐. 마녀처럼 날 화형시켜봐. 쓰레기 봉지로 날 포장해서 소각로 속으로 집어던져봐. 나는 다이옥신이 되어 너의 폐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지금 너에게 느끼는 것도 증오인지, 가슴속 깊이 숨겨진 단조로운 애정인지, 아니면 지리멸렬할 뿐인 이 생을 견뎌나가기 위해 어떤 극적인 감정을 연극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은 가족이었고 낯선 중산층이었으며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변소였었고 타인이었고 벼랑이고 까마귀이고 감옥이었다. 그들은 영원히 그들에 지나지 않았다. 제 3의 불특정한 인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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