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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 1 post

자화상

자화상    최승자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예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天性(천성)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毒(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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