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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1 post

편지

편지    허연


미안해, 난 너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어

지하철 안에서 가슴이 뜨겁기는 했지만,

우리도 한 번 이겨 봐야 되지 않겠냐고 비분하기도 했지만


마감 뉴스가 끝나고 자리에 누워도

대학 본관 앞 흑백사진 속에서

아무래도 너는 너무 어려


잘 가. 그대의 손이 얼굴이 가슴이 두 팔과 다리가,

아무것도 끌어안지 않고 아무것도 체념하지 않도록,

인간의 삶과 인간의 죽음을 체념하지 않도록


그대는 그곳에 있어 열아홉 살의 그대가, 힘 없는 그대가,

힘 없는 그대의 우주가 꽃을 피우고,

다시 또 어지러움 속에 사라져 버릴 때까지.

그대가 온전히 흙이 될 때까지 난 또 뜬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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