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의 고해성사 이은규
발끝을 세워 창가에 서면
고해성사가 시작된다, 구름을 향한
이인칭 문장이 흐르고
꽃잎이 귀띔해준 룰
초속 3센티미터로 지는 그 이름은 비밀에 부치기로 한다
말들은 공기의 미동에 따라 알맞게
바람에게서 귀동냥한 표현이거나 출처를 잊어버린 인용의 일부이기도 하다
오후를 날아가는
저 새의 모이주머니에는 잘게 찢긴 지도가 들어 있을까, 아니면 몇 알의 곡식
내 주머니를 채우는 건 나의 지론보다는 누군가의 개론
모르게 알게 지은 죄를 구름에게만 속삭일 때 도무지 어쩔 수 없다는 당신의 고해를 되풀이하는 셈
죄를 보이고 싶다, 발끝까지 추운
귀를 자르겠다는 다짐을 실행하기 좋은 시절
나라는 이인칭으로 죄를 속삭일 때 구름은 끝내 귀를 막을까 창을 부술까
당신이 들려줄 문장은 마지막까지 완성되어 있다, 방점까지도
마치지지 못한 고해는 잠꼬대로 이어지고
인칭을 잃어버린 주어만 말문이 막힌다
성사되지 않을 고해의 밤
이렇게 불안한 발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