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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물들

잔여물들    하재연


내가 아, 하고 말하면

너도 아, 하고 대답했는데


네가 오, 하고 말하면

나도 오, 하고 대답했는데


우리의 대화 이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점점 커져가면서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입을 아아, 벌리고 비를 맞는다

입을 오오, 벌리고 비를 맞는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파리들은

뿌리가 가고 싶은 곳과는 상관없이


나의 손이 네 몸에 손자국을 남겼는데

너의 머리카락이 나의 머리카락과 엉켰는데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아무렇게나 자란 열매의 씨가

나의 소식이 닿지 않는 곳에 떨어진다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바람이 불어 키가 자라나고


빈 화분을 반짝 들어

거리에 내놓는 눈동자 속으로

비가 그쳤다는 듯 쏟아지는

햇빛, 햇빛